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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현의 욕망 [인터뷰]
작성자 : 관리자 2021.01.01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배우 이도현은 데뷔 3년차 만에 자신의 이름을 알린 라이징 스타다. 흔한 수식어 같지만 이보다 더 이도현과 어울리는 표현도 없다. 2017년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로 데뷔한 이도현은 작품마다 이미지를 바꾸고 다른 색채를 뿜어내며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에서도 이도현 만이 할 수 있는 연기를 한껏 뽐내며 '사약 서사'라는 단어를 만들어낸 이도현이다.

 

'스위트홈'(극본 홍소리·연출 이응복)은 은둔형 외톨이 고등학생 현수가 가족을 잃고 이사간 아파트에서 겪는 기괴하고도 충격적인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다.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태어난 괴물이라는 설정으로 한국에서 본 적 없는 크리처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개 직후 한국을 포함한 대만,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필리핀, 페루, 쿠웨이트, 카타르,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총 11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7위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 최초의 성과를 거뒀다.

 

이도현은 극 중 주민들을 이끄는 브레인이자 의대생 이은혁을 연기하며 냉철한 카리스마를 선보였다. 괴물이 들끓는 바깥과는 단절되어 아파트에 고립된 주민들은 아파트 내에서 괴물로 변해버린 이웃과 언제 괴물로 변할지 모르는 주변 사람들에게 둘러싸인다. 주민들 간 갈등이 숱하게 발발하는 과정에서 이은혁은 단숨에 상황을 판단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며 리더 역할을 맡았다. 이에 이도현은 '스위트홈' 원작인 동명의 웹툰을 언급하며 "드라마 하기 전부터 웹툰을 좋아했던 독자다. 드라마화된다고 했을 때 기회가 된다면 꼭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도현 / 사진=넷플릭스 제공

 

 

사실 이도현은 처음부터 은혁 역할을 준비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현수 역을 준비하며 환상과 현실의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현수라는 인물이 스스로에게 큰 도전이 될 것 같았다는 이도현이다. 막상 오디션 현장에서 만난 이응복 감독은 즉석에서 은혁의 대본을 건넸고 짧은 시간 안에 은혁을 분석해 자리를 당당히 꿰찼다.

 

당시 이도현 또한 이응복 감독의 캐스팅 이유에 궁금증을 가졌다고. 그의 말에 따르면 이응복 감독은 이도현이 대본을 읽는 모습을 보자 마자 은혁으로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이도현은 "이응복 감독이 내가 대사를 분석한 대로 뱉었는데 은혁이라는 말을 하셨다. 내게 이런 면이 있나 궁금증을 갖게 됐다. 촬영을 하며 제 안의 은혁이 극대화가 됐다"면서 "최대한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면서도 표현되는 걸 중점으로 했다. 그동안 했던 연기와 달랐다. 그전까지는 최대한 표현하고 잘 전달하는 마음가짐이었다면 어떻게 하면 표현하지 않아도 드러날까, 시청자들에게 와닿을까 하는 정제된 모습을 잘 보여드리려 노력했다. 이응복 감독에게 '제가 너무 가만히 서 있는 것 같지 않냐'고 걱정하기도 했는데 자신감 있게 즐기면 된다고 했다. 그 뒤로 저에 대한 의심이 믿음으로 풀렸다"고 고백했다.

 

이응복 감독은 '스위트홈'을 찍는 내내 이도현의 굳건한 기둥이 돼 줬다. 이도현은 인터뷰 내내 이응복 감독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촬영 현장을 떠올리던 이도현은 "이응복 감독에게 자신감을 많이 배웠다. 이응복 감독은 너무 도움이 되는 말을 많이 해준다. 자문을 많이 구하는 편인데 그럴 때마다 해결이 됐다. 현장에서는 힘든 티를 전혀 안 낸다. 하나도 안 힘드신 것 같다. 모니터를 보시는 모습이 섹시하다. 경이롭고 멋있다"며 미소를 짓기도 했다.

 

그렇다면 '스위트홈' 촬영 분위기는 어땠을까. 제작이 끝난 후 유난히 화목했다는 후문이 들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도현은 "평소에도 화목하다. 모두가 웃을 땐 누구보다 순진무구하게 웃곤 했다. 촬영할 때는 누구보다 진지하다. 이응복 감독이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주셨다"고 회상했다.

 

이도현 / 사진=넷플릭스 제공

 

 

특히 동년배들과 연기하며 자극을 많이 받았다는 이도현이다. 그는 또래 배우들을 두고 "고민시, 송강 등 분석하는 것이나 현장에서의 행동, 어떻게 저렇게 카메라 앞에서 잘 노는지 신기했다. 또 선배님들과 연기할 땐 너무 신기했다. 저렇게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더 많이 연구했다. 나는 후천적인 게 큰 노력파"라며 겸손한 면모를 드러냈다. 극 중 남매 역으로 호흡한 고민시와는 차기작 '5월의 청춘'으로 만나게 됐다. 이도현은 차기작을 언급하며 고민시와 잘해보겠노라는 각오를 다졌다. '스위트홈'에서는 '케미'를 터트릴 만한 부분이 많이 없어 아쉬웠다며 "고민시에게 '제대로 붙어보자. 합이 잘 맞는 부분이 있어 잘 살려보자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도현은 사실 액션 연기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저도 괴물이랑 싸우고 싶었다. 잘 싸웠을 수 있었을 거 같다. 액션 스쿨을 가긴 갔다. 제가 전에 현대 무용을 했기에 운동신경이 좋은 편이다. 액션 스쿨에서 구르기 훈련을 하는데 이응복 감독이 은혁이 이렇게 잘 구르면 안된다고 했다. 은혁은 사실 싸우는 걸 못하는 캐릭터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액션스쿨을 못 가게 돼 아쉬웠다"고 토로했다.

 

극 말미 은혁은 모두를 대피시키고 홀로 건물에 남는다. 붕괴 직전 은혁은 코피를 흘리거나 괴물화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넣는 모습을 보인다. 은혁 역시 욕망으로 인한 괴물화가 진행된 것. 이에 자연스럽게 인간 이도현의 욕망이 궁금해졌다.

 

"연기 잘하는 욕망, 배우로서 연기를 잘 해야 한다는 마음이 크다. 잘 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뵙고 싶다. 인간 이도현으로서는 가족이 가장 중요하다. 부모님이 하고 싶은 걸 하게 해드리고 싶다. 책임감이 항상 있다. 그 책임감을 가지고 연기에 임하기 때문에 누구보다 최선을 다 한다. 이것이 제 원동력이다. 2017년 데뷔한 이후 짧은 시간에 큰 역할을 맡을 거라 생각을 못했다. 운이 너무 좋았고 감사하다."

 

이도현은 올해 초 '스위트홈' 촬영을 마치고 바로 드라마 '18 어게인'에 낙점돼 쉴틈 없이 열일행보에 임했다. 이는 주연으로서 역량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이를 두고 이도현은 "너무 행복한 해였다. 많은 작품들을 연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고 행복했다. 또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개무량하다. 이렇게까지 사랑 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일까. 어떻게 되돌려줄 수 있을까 생각한다. 또 다른 작품으로 좋은 연기로 보답하려 한다"면서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케 했다.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꾸준히 연기하겠다는 이도현에게는 남다른 욕심이 있었다. 아직까지 스크린 데뷔의 기회가 오지 않았던 것. 다가오는 2021년에는 영화에 참여하고 있다며 "제 영화 시사회를 하고 싶다"고 희망사항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악역 욕심도 있다. 누구보다 악랄하게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저는 그렇게 확 변신한 모습을 보이고 싶다. 기회가 있다면 언제든지 그 역할에 할 준비가 돼 있다. 액션, 느와르 물에 도전해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신인다운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이도현의 배우로서 목표는 어디일까. 그의 대답은 여느 신인 배우들의 '믿고 보는 배우'와는 사뭇 달랐다. "어딜 가도 사람 살리는 배우"라는 의외의 대답을 내놓은 것. "제 연기와 제 작품을 보고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이도현이다. 이와 같은 진중한 가치관이 빠른 시일에 주연 자리를 꿰찰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닐까. 자신을 정제하고 끊임없이 채찍질하며 앞날을 바라보는 당찬 신인 이도현의 앞날이 기대되는 까닭이다.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ent@stoo.com]​